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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0년의 끝, 2021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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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새로움이 많은 해였다.
2월에 처음 주짓수를 배웠고
3월에 첫 이직을 하였으며 생애 첫 스케일링을 받았으며
7월에 생애 첫 장염을 겪었다.
11월에 이사를 하면서 혼인신고도 했다.

 

 

주짓수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헬스장은 사람이 많아 시선이 의식되고
테니스나 스쿼시 같은 구기종목을 배우기엔 오래 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고
격투기는 아픈게 싫어서 무서웠다.

그래서 빡센 프로젝트에 투입되지 않을 때는

집에서 맨몸운동 또는 러닝을 해왔다.

 

그러다 우연히 네이버에서 연재했던 라스트 서브미션이라는 웹툰을 보고
주짓수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수백번을 고민하다 3개월을 등록했다.
처음입어보는 주짓수 도복이 어색하면서 좋았다.

 

 

도복 안쪽의 한국적인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등록한지 얼마 되지않아 코로나가 터졌다.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정부 지침으로 인해 체육관은 1~2주씩 휴관을 해야했고
관원이나 그의 가족이 감염되면 또 며칠 휴관했다.
휴관기간이 끝났을 땐 스파링을 하다가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1달을 쉬었다.

 

 

저때는 테이핑 감는 방법도 몰라서 그냥 대충 둘렀다.

 

 


3개월 등록하고 5개월은 다닌 것 같다.
5개월 동안 정말 주짓수는 오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었는데

코로나가 무서워 코로나 끝나면 다시하자는 생각으로 연장은 하지 않았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집 근처 체육관에 다시 등록할 생각이다.

 

 

이직

웹툰 라스트 서브미션을 보면서 주짓수를 배워볼지 말지
한창 고민할 즈음에 다니던 회사에 퇴사의사를 전달했고
지금 다니고 있는 곳의 면접을 봤다.
개발 팀장님과 영업 팀장님 두분과 카페에서 이야기하듯 면접을 봤다.
지금 같이 일하는 차장님이 나를 데리고 온 케이스라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하는 것 같았다.

연봉은 내가 제시했던 것보단 작았지만
당장의 연봉 몇 백이 아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최종적으로 입사의사를 표현했고 그렇게 이직을 했다.

퇴사한 회사는 인원이 10명 남짓이었기 때문에
체계나 그런게 전무했고 그랬기 때문에 대표님과도
생각보다 멀지 않고 분위기도 무겁지 않은 회사였다.

하지만 그만큼 프로젝트라는 분쇄기에 내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곳은 분위기도 좋고 사람들도 좋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않은 조직의 체계라는 것이 신선했다.

어차피 일하는 건 업계와 업종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해서

같은 일을 할 때 회사의 규모와 체계도 중요하다는걸 느꼈다.

그렇게 3월 2일부터 새로운 출발을 했다.

 

 

스케일링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을 하고 2주정도 분위기를 익히고 있을 때 쯤

어금니가 시려서 치과에 갔는데 별 문제는 없고 스케일링 한 번 하자고 해서 해봤다.

스케일링을 처음하면 며칠동안 이가 시리다고 하고 피가 나는 사람도 있다고 해서 두려웠었는데

스케일링 해주시는 분이 스케일링이 진짜 처음 맞냐고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장염

이직을 하고 1달도 채 안 되어서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었고

내부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어떻게 어떻게 잘 끝내고 7월에 본사로 들어왔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전 날 먹은 찜닭을 도시락으로 싸와서 먹었는데 그 날 저녁부터 몸살기가 올라왔다. 

평소처럼 그냥 자고나면 으쌰하고 괜찮아질 줄 알았고 실제로도 자고 일어나니 좀 괜찮아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과자를 먹었는데 그때부터 심각해졌다.

몸살기가 점점 심해지고 열이 올랐다.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본적 없는 입맛이 없는 느낌이 뭔지 알게 되었고

위경련과 계속되는 설사 등을 처음으로 장염의 증상을 겪었다.

이 날이 토요일이었는데 응급실 가기는 싫어서 여자친구가 끓여준 죽을 먹고 푹 잤다.

다음 날 일요일이 다 지나갈 때까지도 죽고 싶을 정도의 몸살을 앓았고 열이 39도까지 올랐다.

결국 일요일 저녁에 팀장님께 휴가를 쓴다고 연락했고 사흘정도는 쉬어라고 하셔서 3일 휴가를 썼다.

월요일에 내과를 갔는데 큰 병원을 가보라 해서 바로 양지병원으로 갔고

양지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장염수치가 엄청 높았다.

간호사가 장염인건 확실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코로나 검사도 하라고 해서 코로나 검사도 했다.

그렇게 약을 먹고 3일 쉬니까 몸살기와 열은 내렸다.

어릴 때 친구들이나 동생이 장염에 걸리고 나서 살이 쭉 빠진걸 보고

나도 한 번 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위경련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다시는 아프기 싫었다.

그래도 죽과 이온음료만 먹었기 때문에 살이 좀 빠졌고 몸에서 독소가 빠져나가

몸이 refresh된 느낌이어서 개운했다.

그리고 두 달 뒤에 또 장염증상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바로 이틀 휴가를 쓰고 푹 쉬니 괜찮아졌다.

장염으로 휴가를 5일이나 사용했기 때문에 2020년에는 연차를 꼭 필요할 때만 써야했다.

 

 

이사, 그리고 혼인신고

9월, 여느 평화로운 날들과 같이 본사에서 여유롭게 지내고 있었다.

2021년 1월이 살고있던 원룸의 전세계약이 끝나는 시기라 투룸 전세집을 알아보다

우연히 LH의 신혼부부 매입임대 공고문을 보게 되었다.

금액적인 부분에서 보증금과 월세를 반비례하게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월세를 일정 금액 이하로 낮출수는 없고 보증금을 최대로 올릴 경우 일반 반전세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하지만 2년 계약으로 최소 2번 연장이 가능했고 아기가 생길 경우 2번 더 연장이 가능했다.

최장 10년이었다. 이 부분에서 메리트를 느껴서 여자친구에게 말했는데

여자친구도 해보자고 해서 신청했고 넘칠듯 말듯 아슬아슬한 조건으로 당첨이 되었다.

 

나는 중랑구로 신청했는데 마음에 드는 위치에 2개의 새 건물이 등을 대고 붙어있었다.

위치가 너무 좋았던게 내 걸음으로 지하철역까지 5분이면 갈 수 있었고

홈플러스와 이마트 그리고 코스트코까지 있었다. 역세권에 마트세권이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주변에 운동할 만한 곳이 있는가 였는데

버스로 6분 거리에 주짓수 체육관이 있고 조금 멀지만 걸어서 30분이면 중랑천이 있었다.
추가로 두 건물은 쓰리룸이었다!

 

건물은 2개로 정해져있고 호수를 정해야 하는데 우리의 순위가 딱 중간인 너무 애매한 순위였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층별로 각 호수는 생긴 게 다 똑같으니까 호수 전부 가보고 치수를 재자고 했다.

나와 여자친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집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느냐였는데

창문을 열면 건물에 가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집은 싫어서 결국 여자친구 말대로 했다.

집 개방 날짜에 두 건물의 각 호수에 가서 치수를 다 재고 층간 소음, 벽간 소음 테스트를 하고

그것을 토대로 집 순위를 우리의 순위까지 쭉 나열했다.

열심히도 했다

 

드디어 계약 날에 계약을 하러 갔는데 해당 차수에 중랑구로 신혼부부 매입 임대 서류 합격자들이

마이홈 건물 내 빔프로젝터가 있는 강의실 같은 곳에 다 모였다.

스크린에는 현재 모든 빈 집이 그려져있었는데

아파트는 역시나 이전 차수에서 대부분 들어갔고 몇 개 남지 않았다.

그래서 잘못하면 창문이 막힌 집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번대로 집을 골라갔는데 앞 순번 사람들이 우리가 여긴 절대 안간다고 생각한 집들을 골라갔다.

순번이 넘어갈수록 역시 사람들의 기준은 다 다르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펄쩍 펄쩍 뛰었고

우리의 순번이 다가올수록 웃음이 나서 표정관리를 할 수 없었다.

결국 우리가 나열했던 리스트에서 첫번째로 찍었던 집으로 계약을 했고

그날 여자친구와 너무 행복하게 고기를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예비 신혼부부 자격으로 신청한 거라 혼인 신고를 해야 했다.

마침 여자친구와 처음 만난 날이 10월 28일이어서 만난 지 3년 만에 혼인신고를 했고

법적으로 나는 남편이, 여자친구는 아내가 되었다.

혼인신고 접수증

 

이번 집에서는 최소 6년은 살아야 하니까 둘이 모아둔 돈에

양가 부모님께 약간의 도움을 받아 혼수도 갖춰서 들어가기로 했다.

11월에 입주를 했고 현재 짐 정리도 다 끝낸 상태다.

집의 만족도도 너무 높아서 삶의 질과 행복도가 더욱 높아졌다.

드디어 계약

 

 

끝과 시작

2020년은 새롭고 (나름) 특별한 일들이 유난히 많았고

코로나로 인해서 약간의 우울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별 탈 없이 잘 지내온 것 같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다시 시작이 있기에

잘못한 일이나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훌훌 털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면 된다.

 

나의 마지막 20대, 2021년은

부지런하지는 않더라도 게을러지지 않는 내가 되었으면

그리고 꼭... 부디 코로나 때문에 불편한 지금의 생활이 좀 더 쾌적해졌으면 좋겠다.

 

한 해동안

수고했고 잘했고 열심히 했다.

그리고 즐거웠고 행복했다.

 

 

2020년 마지막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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